니코틴 살인
“28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송모씨(48·여)와 내연남 황모씨(47)에게 모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 반인륜적인 범행으로 사회가 충격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몇 달씩 범행을 준비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하고도 반성 없이 파렴치한 변명으로 일관해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어느 일간신문에 최근 발표된 기사 내용이다.
거의 매일 강력사건 등이 기사거리로 등장하지만 2016년 4월 22일경 일어난 오모씨(사망당시 53세)의 죽음을 두고 그의 아내 송모씨를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2017년 8월 28일 심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본 사건은 다른 강력 살인사건과는 약간 다른 황당한 점이 있다.
그것은 살인 무기가 다름 아닌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니코틴 살인 혐의자 송모씨와 그와 공범관계에 있는 황씨가 극구 자신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 사실은 다음 달에 있을 선고 공판을 지켜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사망한 오모씨의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모씨의 몸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성분과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니코틴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이 니코틴 살인으로 확신한 것은 아내 송모씨가 남편 오모씨 사망 직후 재산을 빼돌리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점, 내연남 황씨가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니코틴 원액 20㎎을 사고 송씨에게 1억 원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검찰은 두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나는 30년 동안 금연교육을 하면서 니코틴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물질이라고 가르쳐 왔지만 최초의 니코틴 살인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더욱 섬뜩한 마음이 든다.
담배 한 개비에는 1~2밀리그램의 니코틴이 들어 있는데 40~60밀리그램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담배 2갑이면 살인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한꺼번에 주입해야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아직 니코틴 살인 혐의자들의 선고공판이 남아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담배에는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같은 살인 물질뿐 아니라 약 4 천 종의 독극물질과 69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담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담배가 백해무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흡연의 폐해는 백해무익이 아니라, 타인까지 해치는 살인무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끔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인간은 각자의 권리가 있고 그 중에 흡연권이 있어 그것을 보장해 달라고... 데모도 하고 시위도 한다. 분노하며 금연을 말하는 사람을 원수같이 여기며 적대시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약 세계 역사 속에서 담배를 피우면 코를 베고 참수시키는 형벌을 가했다는 사실을 조금만 배우고 알았더라면, 자신이 니코틴 중독으로 금연은 할 수 없다 해도, 금연을 권하는 사람들을 원수처럼 적대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흡연을 부추기는 담배회사나 판매상들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정부관계자들이 있다면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담배 한 개비는 온화한 살인무기가 되고 그 무기가 지금까지도 무수한 생명을 죽였지만, 현재는 물론, 향후 역사 속에서 태어날 우리 자녀들까지 살인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직 돈 하나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