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알코올 중독자 한 사람 치유하는 건 가족 전체를 구원하는 사역” 기독교국제금주학교(CITS)
이길우(51) 집사는 2004년 부산에서 상경하기 전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 중독의 심각성을 느낀 뒤 금주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늘 술친구가 있던 이 집사는 환경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 소개로 기독교국제금주학교(CITS) 대표 김도형(사진) 목사를 만난 뒤 자신처럼 중독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과 교제하며 신앙생활을 했다. 이 집사는 “공동체의 힘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알코올은 물론 담배도 끊었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로 생업을 이어간 그는 2008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이듬해 원광대 약물재활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CITS와 연계된 미국 커버넌트대 기독교상담학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이 집사는 “하나님이 저를 회복시켜 주셨으니 저처럼 고통받는 이들을 도우며 사는 것이 저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장준현(48) 새움교회 전도사도 하나님을 알기 전 한 주류회사에서 근무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중독을 끊으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태가 됐다. 2005년 전남 광양 CITS 지역교육원에서 3주간 교육을 받고 CITS 본부가 있는 서울로 왔다.
장 전도사는 중독자였을 때 친척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자신도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다. 그는 “무신론자였던 제가 하나님을 만난 뒤 저 같은 사람도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술을 마시지 않고 정신을 차리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존감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장 전도사도 미국 커버넌트대 기독교상담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김 목사가 섬기는 새움교회에서 협력하며 사역하고 있다. 장 전도사는 “중독에서 벗어난 뒤 가족과의 관계도 회복했다. 중독자였던 사람도 달라질 수 있다는 소망을 증거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오리로 CITS에서 만난 김 목사는 “중독자 한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가족 전체를 고통의 늪에서 구원하는 일”이라며 “선교적 관점에서 중독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 지원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도 젊은 시절 알코올에 중독돼 영육이 피폐해지는 등 절망의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공부를 하던 1986년 알코올 중독 환자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을 시작했다. 88년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사랑의교회(현 새움교회)를 개척했고, 92년 CITS를 개설해 회복 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 새움교회에서는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된 이들과 가족들이 공동체를 이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중독을 인정했을 때는 이미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진 상태죠.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독자와 가족을 함께 돌보는 일은 심리 상담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인적 치유를 위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CITS에서는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체계화된 회복 비법이 있다. 김 목사는 중독자뿐 아니라 가족 교육을 함께해 가족을 회복 사역의 협력자가 되도록 이끈다. 이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과정도 중요하다. 충남 부여와 전남 진도에 있는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중독자 3주 치료 프로그램’ ‘정신병원 12주 전인화 치료 프로그램’ ‘4주 중독 가족 치유 프로그램’도 있다. 3주 치료 프로그램에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독 강의를 듣고 상담 및 프로그램 과정을 통해 금주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인간의 죽음과 구원 등 본질적인 문제의 답을 알려주고 하나님 자녀라는 존재의식을 갖도록 할 때 빠르게 회복하는 걸 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중독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지만, 한국에는 중독자를 위한 교육기관과 교회 등이 많지 않다. 김 목사는 오랫동안 자신과 동역할 목회자를 찾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론 끝에 자신이 도운 중독자들을 상담가와 목회자로 훈련해 다른 이를 섬기도록 했다. CITS에서는 각종 중독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사회복지학도 배우고 중독 전문 상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지금까지 70여명의 상담가와 목회자를 세웠다.
김 목사는 알코올이 다른 중독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술을 마시면 뇌가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어려워 자살 성폭력 음주운전 가정폭력 등 각종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김 목사는 “술을 적당히 허용한 곳에서는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한국사회와 교회에 하나님의 명령대로 거룩성을 지키는 금주운동이 일어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기사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268072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